목회 서신
[목회서신] "어머니 주일: 밥 짓는 소리로 기억되는 어머니의 사랑" (2025.5.11) - 조재언 목사
존귀하신 살렘교회 성도님들께,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리던 소리가 있었습니다. 칙—칙—칙— 울리는 압력밥솥의 소리. 차가운 겨울 아침이면 그 따뜻한 밥 냄새가 코끝에 먼저 닿았고, 무더운 여름에도 멈추지 않았던 밥 짓는 소리.
어릴 적 그 소리는 저에게 사랑의 소리였고, 지금도 마음속에 생생합니다. 자식이 뭐라고, 매일같이 따뜻한 밥을 해 먹이시던 그 마음. 이제 저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그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따뜻한 밥을 먹길 바라는 마음. 그게 바로 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사랑이라는 것을요.
어머니는 말없이 우리를 지켜낸 사람입니다.
말로 드러내지 않아도, 이해하지 못해도, 때론 오해 받아도, 묵묵히 사랑을 쏟아낸 사람. 저에게, 그리고 아마도 많은 분들에게 ‘어머니’란 그런 존재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어머니라는 단어만큼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말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주방에서, 유아실에서, 부엌 한 켠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분들. 그러나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준 분들.
어머니의 진짜 능력은 말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그 눈빛과 품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시선에도 어머니의 돌봄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도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시며 자신의 어머니를 끝까지 잊지 않으셨습니다 (요한복음 19:26-27).
또한 복음서의 곳곳에서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듯 (마 23:37) 젖 먹이는 어미처럼, 팔로 안아 품으시는 분으로 묘사됩니다 (사 66:13, 40:11).
어머니의 돌봄은 단지 가족의 본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이 우리 안에 새겨진 증거입니다. 디모데의 믿음이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를 통해 전수되었듯, 어머니는 믿음의 첫 스승이자, 보이지 않는 복음의 선포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였습니다.
어린이주일과 어머니주일은 따로 떨어진 두 절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고, 지금은 누군가를 품는 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유아실을 오가며 땀 흘리는 이들, 주방에서 조용히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 눈물로 기도하며 가족과 공동체를 품는 어머니 같은 분들이 지금도 우리 공동체를 붙들고 있습니다.
젊은 가정들이 교회로 오고, 아이들이 웃고, 이름이 불리고, 작은 생명에게 축복이 선포되는 것을 보며 저는 분명히 믿게 되었습니다. “기도하고 사랑하면, 제자가 자랍니다.” “돌봄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됩니다.”
오늘, 그 사랑을 축복합시다.
오늘, ‘어머니의 날’은 삶을 지탱한 사랑의 자리를 기억하고 축복하는 날입니다. 어머니로 살아온 분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품고 계신 분들, 그리고 지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깊은 위로와 존귀하신 은혜가 임하기를 축복합니다.
저는 오늘도 기억합니다. 그 밥 짓는 소리와, 그 사랑의 냄새를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그것을 삶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살렘공동체도 그러한 사랑의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모든 어머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주 안에서,
조재언 담임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