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서신


[목회서신] 죽음 그리고 사랑 (2024.5.05) 한상훈 목사

Author
Staff
Date
2024-05-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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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오신 내용에 대한 말씀을 주일 예배 떄 함께 나누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을 찾아 오셨기에 그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찾아 오시기에 우리가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찾아와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죽음이 있어야 부활도 있습니다. 부활은 죽음이 없으면 찾아올 수 없습니다. 그러면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언젠가는 다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참으로 미련하고 어리석은 인간은 이런 자신에게 찾아올 미래를 인식하지 못한 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죽음에의 존재' (Sein zum Tode)인 것입니다. 인간의 유한성 안에 죽음이 이미 내포되어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죽음으로 인해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안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불안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모른 채 불안해 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가리켜서 죽음을 향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이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이기에 자신에게 본래적으로 주어진 모습으로 살지 못하고 비본래적 실존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런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하는데 실패하고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런 인간이 직면한 실존에서 벗어나는 길을 하이데거는 제시해 줍니다. 인간 자신이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피하지 말고 죽음을 향해 선구적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죽음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고 자신 안에 있는 양심의 부름을 듣고 그 양심에 따라 살아갈 때 본래적 존재 방식을 회복하여 인간의 실존적 문제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도신경에서 우리는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십자가, 그리고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부활과 영생의 약속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으로 인한 불안이 아닌 부활과 영생으로 참 기쁨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울이 로마서에서 고백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끊을 수 없는 사랑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하나님의 끈질기신 사랑이 죽음을 이긴 것입니다.